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한 민주주의 진영인 제1세계와 중립국인 제3세계에 해당하는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경제 및 금융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만큼 전 세계에서 한 국가를 향한 동시다발적인 경제제재는 세계 역사를 봐도 매우 드문 사건이다. 심지어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들조차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정도로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다.
러시아를 도운 벨라루스도 제재를 받게 되었다. 벨라루스의 은행들은 SWIFT 결제망에서 차단되었고, 벨라루스산 제품은 EU로의 수출 금지 조치도 이뤄졌다.
이번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소련 해체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하였으며,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국가부도 및 국가파산을 예측할 지경이다.
애플, 볼보,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인텔, AMD, 보잉과 같은 서방의 굵직한 기업들이 정부의 방침 없이도 러시아에서 판매 중지 및 결제망 폐쇄조치를 내리는 등으로 보아 러시아의 경제적 고립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주식시장은 전쟁이 시작되자 일시 폐쇄하였다. 그리고 장이 다시 열리자마자 러시아 RTS 지수는 39% 폭락, MOEX 지수는 33% 폭락을 기록한 채 마감하며 거의 공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서방에서 더욱 강한 제재를 연달아 부여한 끝에 28일부터 3월 1일, 2일까지 러시아 증권거래소가 계속 휴장을 선언하면서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확실한 타격을 주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단계인 BB+로 강등시켰다. 주요 원인은 서방 진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잇따라 내놓은 대러시아 제재였다. 또한 우크라이나도 신용 등급이 B에서 B-로 한 단계 강등 되었다. 러시아의 군사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 이유다.
전례없는 강도의 경제 제재가 이 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러시아의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이날 단 하루만에 루블화의 가치가 30% 가까이 폭락했으며,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3월 1일까지 모든 거래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해온 유럽 기업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와 관계를 끊기 시작하자 러시아 대기업들의 주가 또한 폭락하고 있다.
게다가 SWIFT 시스템에서 러시아 은행들이 퇴출당한 이후로는 푸틴이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비해서 그 동안 쌓아온 6,3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또한 무용지물이 되었다. 러시아는 SWIFT를 통한 거래량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은 나라인데 문제는 대형 은행들이 이 시스템에서 제외됨으로써 그 어떤 외국 은행과의 거래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외국 은행에 보관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중 2/3에 달하는 4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사실상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돈이 되었다.
거기에 나머지 1/3 가량의 외환보유고도 자유롭게 쓰기가 어려운데, 나머지 외환보유고 중 60% 가량인 약 1,400억 달러는 금이라서 팔기가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이고 35% 가량인 약 840억 달러어치의 중국 채권은 팔아봤자 중국 이외에는 마음껏 쓸 수도 없을 중국 위안밖에 못 받기 때문에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이 당장 갖다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120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대한민국 공식 외환보유고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이다. 러시아 경제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경제 규모와는 비교도 안되게 크기 때문에 러시아의 실제 경제 규모 대비 외환량은 1997년의 대한민국보다 훨씬 적다고 봐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서방의 경제 제재가 아무런 타격이 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미 러시아 은행들의 지점과 현금인출기 밖으로는 현금을 인출하려는 인파들이 늘어서고 있다. 금리인상이고 뭐고 러시아 국민들은 자국 경제 전망이 매우 암울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하다.
러시아 증시의 폭락으로 국내에 상장된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도 반토막이 났으며, 결국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었다. 여기에 MSCI에서 러시아가 되출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대한민국에서 러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환매 및 신규 매입이 중단되고 있다.
러시아가 1년 내로 갚아야 할 대외채무가 무려 1,350억 달러, 한화 1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디폴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달러로 갚아야 할 채무만 해도 330억 달러, 한화 40조원에 달해서, 당장 러시아가 쓸 수 있는 외환보유고 120억 달러보다 훨씬 더 많다.
전쟁 발발 이후,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큰손인 러시아의 악재 소식에 가격이 그야말로 폭락했다. 침공 소식이 들려오자 무려 8% 가량 폭락한 3만 4000달러 선까지 밀려났다. 하지만 다음 날 가격이 안정화되며 3만 9000달러 선 바로 밑까지 회복했으며, 3월 2일에는 4만 4000달러 선까지 반등에 성공했다. 거래량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중이다.
가상화폐가 이렇게 반등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러시아의 큰손들이 서방의 경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탈중앙화가 완료된 가상화폐를 선택했고, 가상화폐가 전쟁으로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화폐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벨라루스 및 러시아 고위 관료들과 관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전자지갑 주소들에 대한 정보들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에 이어, 세계의 모든 가상화폐 교환소에 모든 러시아 국적의 전자지갑 자산을 동결할 것을 당부했고, 여기에 관련된 정보에는 현상금까지 걸었다
바이낸스 등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러시아 이용자의 거래를 금지해달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면서 러시아가 가상화폐를 통해 국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암호화폐를 이용한 경제제재 회피가 지속된다면 미국이 러시아에서 루블로 최초로 거래된 기록이 있는 암호화폐 자산을 동결하거나 암호화폐 거래소 자체를 제재 대상에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가상자산 거래소가 이를 받아들여서 제재에 동참하게 될 경우 탈중앙화를 모토로 삼은 가상화폐 시장의 근간이 흔들려 큰 타격을 입을수 있다는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