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역에 흑인인 핼리 베일리가 캐스팅이 되어 갑론을박 논란이 일고있다. 그동안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판에서 유색인종을 캐스팅한 사례는 많았지만 토큰 블랙처럼 조연으로 끼워넣은 수준이었고 프린세스 역을 맡은 경우에는 알라딘이나 뮬란처럼 원작의 디즈니 프린세스가 유색인종인 경우였다.
인어공주는 원작이 실사판으로 만들어지면서 디즈니 프린세스가 흑인화된 사례이기 때문에 원작과 실사판 사이의 괴리감이 들게 하고, 핼리 베일리의 외모는 일반적인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외모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이로 인해 디즈니 프린세스 IP는 상업영화가 메인인데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논란이 나오게 되었다.
만약 이 영화가 완전히 새로운 인어공주 이야기라면 논란의 여지가 적지만, 이 영화는 디즈니의 인어공주의 리메이크이지, 안데르센의 원작의 리메이크가 아니다. 다른 디즈니 실사영화들도 원 애니메이션과 아주 흡사하게 만들었는데도 "아직 캐스팅이 덜 됐고 만들지도 않았으니" 문제가 안 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
결국 에리얼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이미 완벽하게 이미지가 정립된 캐릭터인데, 그걸 아무 개연성도 없이 바꾼다는 게 논란의 본질이다.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배우를 넣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논란이 되기 충분하다. 그리고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라고 이미 흑인 프린세스가 따로 있는데 왜 그걸 실사화하지 않고 에리얼을 흑인으로 만드냐는 말도 있고, 굳이 흑인 인어공주를 만들고 싶었다면 우리가 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만들든가 아님 에릭 같은 타 캐릭터들의 인종도 전부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에리얼은 원작처럼 빨간 머리의 백인 미녀로 놔두고 스토리도 그대로 유지하되 알라딘의 달리아처럼 실사판 오리지널 캐릭터로 흑인 인어공주를 집어 넣으면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진짜 원작인 안데르센 동화판과 비교해봐도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안데르센이 지은 인어공주에선 주인공은 미인인 인어공주 자매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외모,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 심해와도 같은 벽안, 귀엽고 예쁜 하얀 다리(인간이 되어 꼬리가 다리로 바뀐 후), 장미꽃잎 같이 부드러운 피부를 가졌다고 묘사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당 캐스팅에 대해 옹호하는 사람들이 해당 영화는 인어 공주의 리메이크나 실사화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를 캐스팅해도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것 역시 적절한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 스토리가 완전히 뒤바뀌어 서인도제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인어공주가 등장한다고 해도, 영화의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 그리고 심지어 티저 예고편까지 모두 1989년의 영화를 떠올리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이건 1989년 영화와는 전혀 별개의 영화야"라고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애시당초 인어공주는 안데르센의 원작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으며 에리얼이라는 이름은 1989년작 디즈니 극장용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의 여주인공인 인어공주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사용해놓고는 상관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인어공주는 흑인 여배우로 이미지 변화 캐스팅을 하면서 왕자는 전형적인 백인 미남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었다. 할리우드는 보통 여주인공이 주역인 영화에서 소위 PC요소를 넣으면서 다양성을 위한다는 점에서 외적으로든 혹은 인종적으로든 변화를 주면서 여주인공 역할에 캐스팅하면서 정작 상대역인 남자 주인공은 전형적인 백인 미남배우를 캐스팅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 번 비판 받았었는데 인어공주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캐스팅을 보였다.
상술한 문제점들보다 가장 큰 문제인 점은 이 작품이 인어공주라는 점이다. 여기서 인어공주의 줄거리를 다시 생각해보자. 동화나 디즈니 원작에서는 인어공주나 왕자 둘 다 같은 인종으로 묘사되었다. 그렇기에 인어공주가 인간 사회를 동경하거나, 인간 사회에서 왕자나 다른 등장인물을 통해 신문물이나 문화를 접하면서 놀라거나, 식사예절을 배우고 왕자와 함께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인어에서 점차 인간으로 적응해나가는 등의 장면을 넣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어라고 하더라도 둘 다 같은 백인으로 묘사되기에 자연스레 인간과 인어라는 관계에 더 포커스를 두기 마련이고, 괜한 논란이 일어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인어공주를 흑인, 왕자를 백인으로 바꿔서 이 장면을 다시 되짚어보면 엄청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캐스팅에서 상술한 상황을 다시 보면, 흑인(인어공주)이 백인 사회(백인 왕자의 왕국)를 동경하여 백인 사회에 합류하기를 원해 자신과 동일한 특징을 가진 집단을 버리고 백인 사회에 들어와 백인(왕자)이 흑인에게 문명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줄거리뿐만 아니라 특정 장면으로 봐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에리얼이 포크로 머리를 빗을 때, 원작에서도 사람들이 에리얼의 행동을 기이하게 바라보고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에 에리얼의 인종이 바뀐 실사화의 경우 이 장면이 에리얼의 행동에 대한 비웃음, 나아가 에리얼에 대한 멸시까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을 삭제할 수도 있다.
설령 원작을 따랐을 뿐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반론하더라도, 그 동안 영화계에서는 PC의 발달에 따라 인종차별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고 그럴 의도가 아니라도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영화들을 꾸준히 비난해왔는데, 이제 와서 인어공주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원작에서 벗어나기 위해 흑인 공주를 캐스팅 해놓고 변명을 위해서는 원작을 따르려고 그랬다고 말하면 웃음거리일 뿐이다.
이렇게 되면 PC를 내세우기 위해 원작을 변형시킨다면서 다양성을 위한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 오히려 전형적인 백인 우월주의적인 영화로 만들게 되버린다. 그렇다고 이 줄거리를 빼버리거나 변형시키기에는 인어공주에서 왕자와 인어공주가 사랑을 키우는 핵심 플롯이라 빼거나 변형도 불가능하다.
이런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공주와 마찬가지로 왕자 역으로도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거나, 적어도 백인 이외의 다른 인종을 캐스팅하는 것이었지만, 역시나 디즈니는 다양성이 들어간 여주인공의 영화에서 남주는 전형적인 백인 미남 배우를 캐스팅 한다는 할리우드의 모순적인 캐스팅을 따라하면서 결국 반쪽짜리 구색맞추기식 캐스팅으로 오히려 논란과 화를 불렀다. 이 때문에 디즈니가 이 영화를 통해 오히려 최근에 만연한 PC를 돌려까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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