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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극복 이야기, 경제적 어려움과 재활

2008년 이른바 '노크 귀순'을 한 탈북민 A(45)씨가 지난 3월 투신 시도 후 척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2008년, 북한군 보위사령부 중위 출신이었던 탈북민 A씨는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노크 귀순'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파주 군사분계선을 넘어 직접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고, 이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A씨는 북한의 엘리트로서 여러 방송에 출연하여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A씨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는 벨기에로 이민을 시도했으나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고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부부관계도 악화되어 아내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 출소한 후에도 A씨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이혼 소송으로 인해 2억 원의 빚을 떠안게 되었다.

‘SOS위고’ 봉사단 유성순 매니저와 A씨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A씨는 두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했다. 인력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빚 독촉과 심리적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파산 신청을 시도했으나, 신청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였다.

2024년 초, A씨는 월세 57만원을 3개월째 내지 못해 집주인으로부터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는 근로 도중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진 A씨는 3월 3일, 평소 다니던 교회의 목사에게 "아들 잘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목사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A씨를 찾아 나섰다. 목사와 경찰은 아파트 단지에서 A씨를 발견하였고, A씨는 척추, 경추, 내장 등이 파열된 상태였다. 큰 수술을 마친 A씨는 13일 만에 퇴원해 아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A씨의 사연을 접한 이랜드복지재단 'SOS위고' 유성순 매니저는 A씨 부자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신속히 지원을 시작했다. 먼저 식료품과 생필품을 제공했고, 주거비와 생계비, 치료비, 자립비 등을 지원했다. 이 지원은 일회성이 아니며, 담당 매니저는 A씨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밀린 월세와 재활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도 진행 중이다.

A씨의 아들이 사고 전 아버지에게 쓴 편지

A씨의 아들은 판사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사고 전 아들은 아버지에게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감동적인 편지를 썼다. 아들은 "제가 꿈을 이루면 제일 먼저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만약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아빠를 찾아가 감사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편지는 A씨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A씨와 그의 아들이 겪은 고난과 극복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탈북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들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얻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