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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회.정치.역사.인물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된 아이를 두고 "자살한 애를 영웅 만들 일 있냐?"라는 망언을 한 덕원중학교 교감

휴대전화에 들어 있던 문자 메시지


2011년 12월 20일 오전 8시, 대구광역시 수성구에 살았던 덕원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남학생 권승민 군(이하 권 군, 당시 만 13세)이 집단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7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다. 권 군과 동급생이었던 가해자들은 1997년생이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가장 유명한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 사건으로 알려져 있으며, 2011년 말에 우리나라의 국민과 학부모들에게 허탈감 및 공분을 안겨 준 사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소년은 길고 긴 유서를 남겼으며, 유서에 나오는 가해자들의 가혹행위가 너무 잔인해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였다. 이 사건 이후로 한국 사회는 학교폭력에 극히 민감하게 되었으며, 경찰청은 교육부의 협조 아래 학교폭력 가해자가 미성년자일지라도 바로 칼을 빼드는 태세로 강경 처벌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피해학생 권 군에게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대신 해 달라"고 명령하듯이 강요해서 억지로 컴퓨터 게임을 시켰다. 가해자들은 권 군의 돈을 빼앗기 위해 은행 통장과 현금카드를 강탈하여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내 돈을 강제로 인출하여 빼앗았다. 갈취한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해 버리고, 만일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거나 틀린 비밀번호를 알려 주면 가차없이 마구 두들겨 패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신들의 숙제를 대신 시키거나 술 심부름 따위를 시킨 것은 기본이었고, 자신들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강제로 주문시켜 자신의 집으로 배달을 시키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자기네들끼리 시켜서 실컷 먹고 나서 돈은 권 군에게 내라고 강요를 했다. 심지어는 약값이나 병원 진료비까지 요구했다. 만일 권 군이 반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과 발, 심지어는 각목이나 철근, 야구방망이 같은 것으로 수십 번씩 두들겨 패는 것은 기본이고, 라디오를 들고 손들게 하고 무릎을 꿇리고 물고문에다 라이터불로 위협을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폭행과 모욕을 가했다.

또 희생된 권 군에게 온라인 게임을 자기들 대신 할 것을 강요했으니 가해자들이 집단괴롭힘을 가한 게 가해자들이 게임에 중독돼서 그런 것으로 치부되어 선처가 요구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건 발생 3일 후(2011년 12월 23일), 대구수성경찰서는 피해자 권 군이 유서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서원규(14), 우재관(14) 학생을 불러 조사를 하였다. 서원규, 우재관 두 학생은 대체로 유서의 내용을 시인했으나, "장난으로 한 일인데 이렇게 되고 말았다"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며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형사 미성년자가 아닌 만큼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피해자 권 군의 교우관계는 생전에 매우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2~3명 정도 소수 가해자들이 권 군을 괴롭힌 곳은 학교보다는 주로 권 군의 집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왕따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우동기 당시 대구광역시교육감은 "대구 교육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면서 반성의 뜻을 나타냈다.

휴대전화에 들어 있던 문자 메시지를 복원했는데, 더욱 끔찍한 정황이 나타났다.

피해자 권 군의 친형(2011년 당시 고1, 1995년생)은 자신이 하나뿐인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자책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덕원중학교 교감은 "자살한 애를 영웅 만들 일 있냐?"라는 후안무치한 망언을 했다. 거기에 교사들은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강 건너 불 구경 왔냐고 화를 내는가 하면 "니들 자식이 당해봐야 알겠지"하고 화를 내며 교무실을 나가버리는 교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교내의 문제가 아니라 한 학생이 괴롭힘으로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고, 당시 한국 사회를 떠들썩 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이에 기자들이라면 공교육 문제, 한국교육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취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2021년 스포츠계, 연예계 학교폭력 고발 사건에 즈음하여 진행한 피해자 어머니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이 사건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과하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 어머니의 인터뷰가 진행된 2021년은 이들이 이미 출소한 지 한참 지난 시점이며, 피해자 가족은 혹시 이들이 찾아와서 사죄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사도 가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 사건 이후 11년이 지난 후에도 가해 학생들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끝내 진정한 의미의 사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가해자들 근황은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런 태도를 보면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았음은 뻔뻔하도록 살고 있는게 분명하다. 97년생 가해 학생들의 나이들은 26세로 추정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장기형을 받았다면 2015년 하반기에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거나, 단기형을 받았다면 2014년 하반기에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고 조기출소했을 수도 있거나, 단기형을 마치기도 전에 가석방되어 출소했을 수도 있다. 출소 후 가해자들은 개명하고 식구들과 시골로 이사갔다고만 전해졌고 그 이후의 소식은 아직까지도 없다.

덕원중학교에서는 이 사건 직전인 2011년 7월에도 여학생 한 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P양은 단짝 친구의 따돌림 문제를 알게 되어 문제 해결에 나섰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편지를 담임교사의 책상에 두고 나왔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단체기합이라는 어설픈 방법으로 문제에 대응하였다. 자신 때문에 같은 반 학생들이 단체기합을 받아야 했다는 죄책감과 또래 집단의 눈총을 견디지 못해 P양은 자살하고 말았다. 담임교사의 어처구니 없는 몰상식한 대응으로 이렇게 된 것 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학교 관계자들은 "P양이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이상한 헛소리를 했다. 덕원중학교 이사회에서는 교장과 교감을 보직 해임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중대한 사건에 대해 사회가 면역을 갖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이다. 수능 관련 자살 사건이 매년 수십건은 일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무감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집단괴롭힘 자살도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지게 된다면 모처럼의 반향도 결과 없이 끝나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