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한국인들 대부분이 싫어하는 허브로 유명하다. 일명 코리안 크립토나이트. 농담이 아니라 정말 고수가 한국인에게 크립토나이트냐는 영미권 질문도 허다하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에선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강요는 하지 말자. 한국인이 이 풀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적인 절임식 및 고추가루가 들어가는 한식 베이스와는 달리 고수는 그 향미가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개중에는 한국인이 깜짝 놀랄 정도로 냄새가 괜찮은 종류도 있다. 이 문서에서 주로 다루는 고수는 동남아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종류다. 한편, 이게 암내 유전자를 가장 적게 보유한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에서 고수의 메카는 다름 아닌 경기도 파주시 북부. 파주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한일병탄으로 궁궐에서 쫓겨난 내시들이 황해도와 파주에 정착하여 살았는데, 고수는 성욕을 없앤다는 속설이 있어서 내시들이 많이 먹었고 그 후 파주 사람들도 고수를 많이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강화도. 여기는 김치에도 고수를 넣어 먹는 곳이다. 고수를 넣으면 김치에서 군내가 안 나기 때문이다. 사실 황해도 남부에서 고수를 많이 먹던 것이 영향을 끼쳤다. 파주의 다른 지역이나 황해도 북부는 고수를 안 먹으며 파주 북부, 강화도, 황해도 남부는 따지고 보면 임진강과 황해 연안의 도보로 하루거리 안에 드는 생활권으로 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먹어왔던 것이다. 전라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식당의 기본 반찬으로 고수 나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 외에 절에서도 고수를 자주 먹어 "고수를 먹을 줄 알아야 중 노릇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오신채를 금하는 북방불교의 계율상 절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향신료였다. 바꾸어 생각하면 갓 출가한 행자나 사미승 등이 절 음식에 사용한 고수의 냄새와 맛에 적응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는 뜻이다. 경상남도의 모 사찰 수련회 때 이것을 곁들여 끓여낸 콩나물국이 사시공양(점심)으로 등장해 많은 참가자에게 충공깽을 안겨주었다. 처음에는 공양간(주방)에서 실수해서 국에 퐁퐁 세제가 섞여 들어간 줄 알았다고. 사찰에서는 절대로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로 지못미. 한반도 서쪽 지역은 고수 김치를 먹고, 동쪽은 초피를 넣은 김치를 먹는다. 오신채나 젓갈을 쓰지 못하는 사찰 특성상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재료로 만들어낸 고유의 식문화다. 처음 먹는 사람들에겐 고역이겠지만.
위처럼 고수에서 퐁퐁 맛이나 비누 맛이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체 인구의 4~10% 가까이가 알데하이드 화학물질의 향을 감지할 수 있어 고수에서 비누 맛이나 세제 맛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이런 사람들 중에도 고수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
유전자에 따라서 사람마다 냄새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고, 일부 사람들은 고수에서 역한 냄새를 느낀다. 나쁘게 표현하자면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그 특유의 입안에서 붕 뜨는 플라스틱을 태우는 듯한 시큼하며 인공적인 듯한 냄새 때문에 비누, 세제, 샴푸 혹은 화장품을 입에 넣은 듯한 괴악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암내와 비슷하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고수에서 나는 냄새는 도저히 자연식품에서 나는 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서양에서도 일부 사람들이 꾸준히 비누나 세제향에 빗대어 표현하며 싫어하는데, 그 과학적인 메커니즘이 2012년 연구로 어느 정도 밝혀졌다. OR6A2라고 명명된 유전자가 특정한 후각수용체 돌연변이를 야기하는데, 이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고수에서 세제향, 비누향, 또는 노린재향 등 역한 향을 맡을 확률이 높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오이와 메커니즘이 비슷한 것.
이 고수의 맛과 향이 극복이 어려운 데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여러 가지 맛 중에서 쓴맛, 화학약품의 맛에 대해서는 맛을 느끼는 최소치가 단맛(탄수화물)이나 짠맛(필수적인 소금)에 비해 1천분의 1 이하로 민감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아린 맛, 쓴 맛이 나는 것은 몸에 해로운 성분일 경우(독)가 많아서 그만큼 민감하여야 하기 때문. 예를 들어 오이의 쓴맛 성분도 아주 낮은 농도에서도 느끼는 사람이 꽤 있다.
좋게 표현하면 (미나리과 식물이 아니랄까 봐) 미나리 향을 몇백 배 농축한 듯한 향이 난다. 바꿔 말하면 그 자극적인 향이 고수가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향신채인 이유이기도 하다. 성시경은 처음 쌀국수집에서 고수를 접하고 대체 왜 샴푸를 음식에 넣어서 먹는지 의아했다고 한다. 그 후 고수의 향에 중독되어 집에서 요리를 할 때에도 고수를 뭉텅뭉텅 넣어서 먹는다. 신서유기에서 강호동은 고수에 맛들인 이후 요리 반, 고수 반씩 먹었다. 쌀국수를 예로 들자면 현지의 진하디진해서 느끼하기까지 한 쌀국수를 면과 함께 넘기면 느끼함을 강렬하고 향긋하게 잡아주는, 일반적인 한국음식으로는 느낄 수 없는 묘미가 있다.
고수만 즐길 수 있다면, 중국과 동남아 요리 대부분의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반대로 말하면 고수가 곧 높다란 진입장벽이다. 고수가 가득한 지역요리를 즐기려면, 고수향이 아주 약한 단계부터 시작하면서 천천히 높여나가는 것이좋다. 우리가 한국요리를 처음먹는 외국인에게 입문용으로 거부감이 낮은 물김치, 백김치를 주고, 어느 정도 적응하면 달콤한 맛이 먹을 만한 겉절이에 김치볶음밥을 주다가 좀 적응되었다 싶으면 총각김치를 주고 김치찌개를 주는 식으로 레벨을 높이듯 중국 요리, 동남아 요리도 고수를 적게 넣어서 양을 늘리는 것으로 적응하면 좋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익숙한 볶음밥, 볶음면 스타일의 요리 - 나시고렝이나 나시르막, 차오판 등에 아주 살짝만 고수를 넣어달라고 해서 먹어보자, 기름을 한국보다 많이 써서 훨씬 느끼한 풍미를 소량의 고수가 잡아줘서 훨씬 먹을 만하다! 또 외국인 친구에게 고수를 적게 넣어서 먹을 만한 요리를 주문해달라고 부탁하자. 고수는 동남아에서도 호불호가 심한 향신료라 고수 안 먹거나 덜 먹는 사람을 위한 요리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에서도 마늘이나 깻잎 싫어하는 사람들이 빼달라고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냥 먹으면 특유의 향과 맛, 쓴맛 약간이 나는데, 기름기가 적은 요리와 같이 먹다 보면 쓴맛이 입 안에 농축된다. 많은 쌈채소들이 으레 그렇듯 단독으로 먹기 보단 기름진 고기와 궁합이 상당히 좋으니 같이 먹으면 쓴맛은 가려지니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리고 할라피뇨라든가 청양고추피클, 스리라차 소스 등 시고 달고 매운 종류의 음식(소스)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한국 사람 중에서도 향신료로 초피나 산초 가루를 즐겨 먹는 사람은 고수에도 적응하기 쉬울 가능성이 높다. 해당 식물들의 향이 고수와 유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전까지 서술한 내용과는 달리 의외로 생각보다 한국인에게 친숙한 향일 수도 있다. 다만 초피나 산초는 잘먹는 지방에서도 고수는 못먹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쌀국수에 고수를 넣으며 먹다 보면 즐겨먹을 수 있다.
음식.맛집.요리.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