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는 할리우드의 황금기에 제작되어 당시 획기적인 촬영기법을 선보였던 명작 판타지 뮤지컬 영화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던 1930년대는 아역 배우의 인권이 처참하게 유린되던 시기였다. 주디 갈란드 역시 그녀의 어머니와 MGM의 소유물 취급을 받으며 돈 버는 기계로 철저하게 착취당했다. 주디뿐만 아니라 셜리 템플, 재키 쿠건, 미키 루니 등 당시 대부분의 할리우드 아역 배우들이 모두 이런 취급을 받았으며, MGM은 모친의 묵인 하에 주디를 십여년 간 학대하며 부려먹었다.
오즈의 마법사 촬영 당시에도 시골 소녀 도로시를 연기하기에는 주디가 너무 토실하다며 메스암페타민(히로뽕)을 먹였고, 하루 식사는 닭 수프 한 그릇으로 제한했으며, 하루에 담배를 80개피씩이나 피우도록 강요받았다. 허수아비, 나무꾼, 사자 역을 맡은 배우들도 꼬마 여자애가 주연을 맡은 데 불만을 품고 주디 갈란드에게 매몰차게 굴며 촬영 중에도 주디를 자기들의 뒷편으로 몰아붙였다. 감독인 빅터 플레밍 역시 냉혹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주디가 사자의 몸개그를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면 뺨을 때렸다고 한다. 주디 갈란드에게 친절했던 사람은 단 한 명, 나쁜 서쪽 마녀 역을 맡았던 여배우 마가렛 해밀턴 뿐이었다.
그렇다고,다른 배우들은 촬영현장에서 편했느냐? 배우들도 엄청난 고생을 치뤄야 했다. 극중 눈이 내리던 장면은 석면가루를 써서 찍은 건 유명하다. 물론 당시에는 이게 발암물질이라는 건 모르던 시절이지만.
마녀를 맡은 마가렛 해밀턴(1902~1985)은 그 녹색 얼굴 분장을 구리와 석유를 섞여 분장했는데 이게 영화 마무리하고 개봉할때조차도 녹색 분장이 상당히 남아서 몇년이나 걸려야 했다. 게다가 극중 폭죽이 터지는 씬을 연기하다가 분장 재료인 석유 때문에 얼굴과 손에 큰 화상을 입었으며 손에 난 화상은 평생 남았다. 이 때문에 다시 폭죽씬을 찍는 걸 거부하여 스턴트맨인 베티 단코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그녀도 똑같은 재료로 분장하다보니 결국 똑같이 큰 화상을 입어 똑같이 평생 화상 자국이 남았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 1976년 새서미 스트리트에서 마가렛 해밀턴이 또 이 영화에 나온 서쪽 마녀 분장을 하고 나온 바 있지만, 너무 무섭다고 하여 재방영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무꾼을 맡은 잭 헤일리(1897~1979)는 양철 분장이 꽉 끼이고, 갑옷 분장 안에서 나온 알루미늄 파편 가루가 눈에 들어가 눈병이 나는 고생을 해야했다. 원래, 이 나무꾼 역을 버디 앱슨(1908~2003)이 맡았는데 그는 촬영 도중, 알루미늄 파편 가루가 폐에 들어가 알레르기를 일으켜 혼수상태가 되는 통에 응급실에 입원해야 했기에 전속 계약이던 잭 헤일리가 어거지로 맡게 된 것.
허수아비를 맡은 레이 볼거(1904~1987)도 마가렛 해밀턴처럼 분장이 몇년이나 지워지지 않아 고생해야 했다. 게다가, 허수아비는 허수아비의 그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고무마스크를 썼는데 분장을 벗길 때 피부가 일부 벗겨지는 부상을 당해서 이 일로 제작사와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자를 맡은 버트 라르(1895~1967)도 분장에 3시간 이상 걸렸고 털복숭이 분장이 40킬로그램이 넘는 무게라서 촬영때 땀에 젖었는데, 땀과 털 분장이 섞여 냄새가 지독했다. 촬영 당시 갈란드는 냄새에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다고. 버트 라르는 이래서 촬영하다가 점심을 먹을때 아주 밥맛을 날렸다고 엄청 짜증냈다고 한다.
도로시와 같이 온 강아지 토토를 맡은 강아지 테리는 촬영 도중, 단역 배우에게 발을 밟혀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겪었다고 한다.
다른 단역배우들도 마찬가지라, 날개달린 원숭이 무리를 분장해 나온 단역 배우들은 열사병으로 쓰러져 입원해야 했다.
그 밖에도 여러 배우나 제작진이 온갖 사고로 다치고 촬영현장에 불이 나서 부상자가 나오는 등, 배우들은 촬영 현장을 생각도 하기 싫어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