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백해무익이라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구십구해 일익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요약하자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뇌 및 척수신경손상으로 인한 영구적인 신경, 정신장애, 탈모, 피부조직 괴사, 성기능 퇴화 및 무정자증, 고환 위축, 음경 위축, 발기부전, 간암, 심장병, 여유증, 여드름, 정서불안, 우울증 등이 있다. 특히 호르몬은 100만분의 1그램의 소량만 들어가도 몸 전체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매우 민감한 물질이기 때문에 단 한번만 주입한다고 해도 영구적인 장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호르몬으로 생긴 문제가 약을 끊는다고 나아질것 같았으면, 대표적인 호르몬질환인 당뇨병 환자들이 난치병으로 고생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나는 딱 한번만 하니까 괜찮겠지 하고서 했다가 부작용이 날지 안 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스테로이드제가 단일 호르몬은 거의 없고 복합형으로 생산되는데, 정상적으로 구할 수 없으니 각종 수의사용이나 동물실험용으로 나온 물건들도 운동선수들이 비싼 돈 주고 구해서 쓰는 판. 당연히 몸에 작살나게 안 좋다. 심장이나 간뿐만 아니라, 담즙통로가 막힌다든지 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응급실 직행.
거기에 다른 부작용으로는 근육이 커지고 강해지는 것은 좋은데, 커지면 위험한 근육까지 마구 강해진다는 것이 있다. 일단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커지면 혈관을 압박해서 심혈관 질환 크리가 터진다. 심장은 한번 커지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올 수 없고 평생 약을 먹으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각종 불수의근 역시 제멋대로 커진다. 체지방을 0에 가까울 정도로 커팅한 괴물 보디빌더들을 보면 지방은 없는데 배가 튀어나왔다. 불수의근인 내장의 근육도 커진 것. 또 스테로이드 사용자 중 사용 전후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역시 안면근육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육이 커지면 요구하는 혈류량과 산소 소모량 역시 늘어난다. 즉 근력은 아주 높아지지만 근지구력은 대폭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소리.
일단 부작용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남성에게는 고환 위축, 발기부전, 피부병, 공격성 증대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심장질환을 유발시켜 생명을 위협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근육을 위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보디빌더나 운동선수, 포르노배우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스테로이드가 LDL콜레스테롤의 수치를 크게 높여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를 유발하며 지방 찌꺼기를 축적시켜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때문. 지방 찌꺼기가 부서질 경우에도 모세혈관을 막아서 발작, 심장마비 등을 일으킨다. 근육의 효율을 필요로하는 운동선수들에 비해, 이들은 근육의 크기와 모양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자칫 과한 스테로이드 사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서 더욱 위험하다.
여성에게는 아주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부작용 중에 음핵이 비대해지는 것이 있다. 임신 7주차 태아의 생식기는 외양이 남녀가 모두 동일하다. 이후 태아가 남성이어서 남성 호르몬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면 이 생식기는 남성의 생식기인 음경으로 발달하고, 여성이어서 여성 호르몬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면 이 생식기는 여성의 생식기인 음핵과 질구 등으로 발달한다. 이때, 생식기를 발달시키는 것은 성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호르몬이기에, 남성이라 하더라도 남성 호르몬에 반응을 하지 않으면 생식기가 여성의 생식기 모양으로 발달하는 등 생식기의 발달은 호르몬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 때문에 여성이 남성 호르몬 계열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복용하면, 남성 호르몬이 일반적인 양보다 더 많이 체내에 유입되고 음핵이 여기에 반응한다. 태아 때처럼 극적인 발달을 보이며 남성 성기로 발달하는 일은 없지만, 음핵의 크기가 커지고 형태 역시 귀두에 가깝게 변화한다. 물론 대개 크기는 아무리 커져도 귀두보다 훨씬 작긴 하다. 하지만 정말 부작용이 심한 여성은 작은 음경 비슷한 형태로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도 점점 피트니스 문화가 발달해 여성들도 심심찮게 스테로이드를 맞고 몸이 남성 못지 않거나 남자들도 잘 나오지 않는 근육부위까지 발달시킨다. 대표적으로 승모근과 삼각근은 남성호르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위인지라 삼각근이 어지간한 남성 네추럴 빌더보다 발달한 비키니 선수들도 흔하다. 이미 북미/서구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작용이다.
또한 여성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사용자은 성대가 발달하여 스테로이드 사용 전과 비교해서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바뀌는 경우가 많다. 남성이라도 성대가 발달해서 목소리가 저음이 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변화지만, 여성은 대개 남성보다 목소리가 하이톤데 갑작스럽게 허스키해지고 저음이 되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눈에 띈다. 다만 다른 모든 부작용과 마찬가지로 이 부작용 역시 나타날 수도 안 나타날 수도 있다. 국내 유명 빌더 중에도 본인도 반쯤 시인을 하고 누가 봐도 스테로이드 유저지만 목소리는 하이톤인 사람들이 있다.
한때 운동선수의 약물복용 논란이면 대개 스테로이드였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근육을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시기와 근육 강화에 걸리는 시간을 압도적으로 줄여주었기 때문.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중 남성 성기능 저하를 두고 사람들이 약간 오해하는 점이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고자가 된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거기가 작아진다.'고들 말하는데, 반은 틀리고 반은 맞는 이야기이다.
일단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자체는 성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당연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잔뜩 복용한 사람의 성기능은 '일시적으로' 엄청나게 강화된다. 전직 보디빌더였던 리치 피아나(Rich Piana: 1970-2017)는 이를 두고 '스테로이드를 맞으면 나는 침대에서 슈퍼맨이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잔뜩 높아지면 뇌는 고환에게 '야, 테스토스테론 이렇게 잔뜩 있으니까 그만 만들어' 하고 지시하기 때문에 고환이 활동을 멈춘다. 그래서 외부에서 주입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로 인하지 않은,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테스토스테론의 양은 제로에 가깝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주입된 스테로이드가 다 빠져나가고 나면 스테로이드 유저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일반인보다도 낮게 떨어져 버린다. 고환이라는 게 무슨 버튼 누르듯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졌다고 바로 생산을 시작하진 않기 때문이다. 더해서, 고환 자체의 테스토스테론 생산량은 주입량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이를 두고 역시 리치 피아나는 '스테로이드를 그만 맞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슈퍼맨에서 일반인이 아니라 일반인 이하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