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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군인의 길, 변희수 하사의 이야기와 추모식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1주기 추모 문화제에 놓인 꽃 가운데, 사진 속 변 하사가 밝게 웃고 있다.

2024년 6월 23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고 변희수 하사의 순직 결정과 국립대전현충원 이장을 기리는 시민 추모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은 변 하사의 국립대전현충원 이장을 하루 앞둔 날로, 그의 혼을 기리기 위해 7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행사장에는 추모 영상과 발언, 공연 등이 이어졌으며, 시민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이따금 눈물을 닦으며 그의 기억을 되새겼습니다.

추모대회 사회를 맡은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변 하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 변 하사가 군인의 명예를 되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변 하사가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습니다. 변 하사는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강제 전역 조치를 받았으나, 그의 죽음 이후 법원은 이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결정 및 대전현충원 이장 시민 추모대회에서 윤선주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윤선주 군인권센터 군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한때는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모해 보였지만, 지금은 그의 용기가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변 하사가 세상의 불평등에 맞서 목소리를 낸 진정한 어른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평등은 법에 쓰여 있다고 자동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피와 땀, 눈물, 때로는 죽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변 하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우리 삶 속에서 평등을 실현하는 데 큰 의미를 가졌음을 설명했습니다.

시민들도 변희수 하사가 남긴 발자국을 돌아봤습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이연수 활동가는 "저 역시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살아가며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있다"고 말하며, 변 하사의 용기가 큰 위로와 힘이 되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소수자가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고 변희수 하사 순직 결정 및 대전현충원 이장 시민 추모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변 하사는 생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그의 말을 되새기며, 그의 용기와 신념을 이어받아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이 이어졌습니다.

변희수 하사의 국립묘지 안장은 그가 숨진 지 3년 1개월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2021년 10월 법원은 변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2022년 국방부는 그의 순직을 인정했습니다. 이제 변 하사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어 더는 외롭지 않은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